클로드 코드랑 이것 저것 만들다 보니 한 번쯤 "이거 내가 만들어서 써 볼까" 싶은 순간이 있다. 나한테는 그게 노션이었다.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노션은 진짜 좋은 도구다. 몇 년 동안 업무에 병행해서 쓰고 있어서 없으면 안 될 존재가 되었다. 다만 내가 쓰는 방식이 노션이 의도한 방향과 살짝 어긋나 있었을 뿐이다.
나는 매일 이런 루틴으로 일했다.
나름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쓰다 보니 아쉬운 점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이 메모가 회의록이었나, 아이디어였나?"
날짜마다의 Page 안에 회의록도 있고, 일반 메모도 있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도 섞여 있었다. 이걸 빠르게 구분해서 보고 싶었다. 내가 주로 작성하는 카테고리는 한정되어 있고, 그걸 빠르게 추가할 수 있는 느낌. 이 "빠르게"가 핵심이었다.
"어제 TODO 뭐였더라?"
TODO를 전날 적어놓고 다음 날 확인하는 흐름인데, 노션을 열면 그냥 캘린더만 보인다. 미완료 TODO가 있으면 앱을 켤 때 알아서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기능이 너무 많다"
나한테 필요한 건 메모 + 카테고리 구분 + 전체 검색 + 더 나아가 TODO 알리미 정도가 전부였다.
솔직히 말하면, 노션을 100% 활용하면 위에 언급했던 것들은 다 해결할 수 있다. 근데 그냥 나에게 딱 핏한, 심플한 메모앱을 직접 만들어서 쓰고 싶었다 😅
먼저 Claude(혹은 ChatGPT, Gemini 등)에게 내가 원하는 기능들과 명세, 기술 스택에 대해 가볍게 논의했다. 대화하듯이 "나는 이런 게 불편했고,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던지면 Claude가 기능을 정리하고, 빠진 부분을 제안해 준다.
이 과정에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능들도 나왔다. 예를 들어, "앱을 열면 바로 오늘 날짜의 메모/TODO가 보이는 오늘 뷰가 있으면 좋겠다"는 클로드의 제안은 듣자마자 "이거 있어야 한다" 싶었다.
기획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Claude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응. 논의했던 내용들을 Claude Code로 개발하기 위한 지침서 md 파일을 만들어 줘.
마일스톤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쪼개서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
항상 매 마일스톤 개발 후, 잘 되는지 에러는 없는지 검토한 뒤 마일스톤을 완료하는 것을 기억하자.
매 작업이 끝난 후 커밋해 주면 좋겠다.
마일스톤이 완료되면 md 파일에도 완료 표시를 해 주길 바란다.
이렇게 하면 Claude가 마일스톤별로 잘 쪼개진 개발 지침서를 만들어 준다. 나는 이 파일을 .claude 폴더 하위에 넣어서 Claude Code가 항상 참조할 수 있게 했다.
이 방식의 핵심은 **"한 번에 다 만들어"가 아니라 "단계별로 만들고, 매번 확인해"**라는 규칙을 명시하는 것이다. 이게 없으면 Claude Code가 한꺼번에 많은 코드를 쏟아내다가 중간에 꼬이는 경우가 생긴다.
참고로, Claude Code 공식 문서에 모범 사례도 잘 정리되어 있다. 같이 참고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후부터는 간단하다.
마일스톤 1 진행해 줘
이 한 줄이면 Claude Code가 지침서를 읽고, 해당 마일스톤의 태스크들을 순서대로 개발하기 시작한다.
마일스톤이 완료되면, 개발 서버를 띄워서 확인하는 정도만 하면 된다. 문제가 있으면 알려주고, 없으면 다음 마일스톤으로 넘어간다.
마일스톤 2 진행해 줘
마일스톤 3 진행해 줘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있다.
에러가 거의 없다. 마일스톤을 작게 쪼개고, 매번 검증하는 규칙을 넣어두니까 중간에 크게 꼬이는 일이 드물었다. 한 번에 많이 시키면 어딘가에서 반드시 빠지는 게 있는데, 단계별로 하면 그런 일이 확 줄어들었다.
물론 에러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에러 로그를 복붙해서 질문하면 금방 수정해 준다. 이전보다 확실히 에러 수정도 잘 하는게 느껴진다.
컨텍스트가 유지된다. 지침서 파일이 있으니까 Claude Code가 "지금 뭘 만들고 있는지,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를 항상 알고 있다. 새 세션을 열어도 지침서만 읽으면 바로 이어갈 수 있다.
나는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다. 코드를 한 줄 한 줄 짜는 대신, "이 기능이 맞는지", "이 UX가 자연스러운지" 같은 판단에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기획과 개발 준비 과정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간단히 이런 흐름만 잡아두어도 "뭘 만들까"에서 "어떻게 만들까"까지가 정말 빠르게 좁혀진다. 코드를 한 줄도 안 짰는데 앱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느낌이 든다.
다음 2편에서는 이 지침서를 기반으로 실제 개발을 진행한 과정과 결과물을 공유할 예정이다. 과연 노션을 대체할 수 있었을까? 🤔